<기획>

　건설 안전사고 뒤에 ‘3不’ 있다

　부실·부조리·불공정 근절 선행돼야

　건축허가 서류 변조, 임의적 설계도 변경, 건설기술 자격증 대여(기술자 7명의 자격증 빌려 건설업 등록기준 충족), 무면허 시공(현장소장에 건설업 등록증 대여), 규격미달 자재 사용···.

　214명의 사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에 대해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다. 건설생산 단계 전반에 퍼진 ‘3不(부실·부조리·불공정)’ 관행이 이상기후로 인한 폭설, 리조트측의 부실한 유지관리와 맞물려 빚어낸 인재란 결론이다.

　이는 마우나리조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작년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의 시공사는 영업정지 처분 상태에서 공사를 지속했고 심지어 국보 1호 숭례문 복원공사마저 문화재 수리기술자 자격증 불법대여로 얼룩졌다.

　건설인 스스로의 뼈를 깎는 참회와 반성이 우선이란 게 정부, 정치권, 국민들의 시각인 것은 당연하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부조리는 행태, 제도, 사회문화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엄격한 법 집행과 부조리를 유발하는 규제개혁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건설인 스스로의 의식개혁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건, 사고 때마다 정부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건설산업의 3不 관행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안전사고 등의 위험을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다. 정부의 시스템 개혁과 업계의 자성의지·실천노력이 맞물려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턴키제도만 해도 국토교통부가 개선안들을 쏟아냈지만 업계 전반에 자리한 불신에 밀려 비리를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어찌보면 최근 검·경찰의 기소와 공정위의 처분에 내몰린 원인이 된 담합도 3不의 대표적 폐해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 출신의 한 건설단체 임원은 “건설산업 전반에 오랜기간 자리잡은 부정부패, 부조리, 불공정 문제가 정부의 한두가지 대책만으로 치유할 수 있다면 왜 정부가 지금까지 안 했겠느냐”고 반문하며 “사안별로 다양한 개선안을 쏟아냈지만 업계가 또다른 허점을 악용했고, 심지어 좋은 방안이 업종간 이해관계에 밀려 무산된 적도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건설인 스스로의 혁신 노력이야말로 3不 이미지를 털어내고 안전한 산업으로 거듭나는 첩경이란 얘기다.

　가장 시급한 변화로 저가덤핑 극복이 꼽힌다. 정부의 실적공사비나 품셈 등을 활용한 공사비 삭감도 문제지만 이런 공사를 무리하게 수주해 하도급자를 쥐어짜면서 결국 부실공사로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일부 건설사의 잘못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이상일 대한설비건설협회장은 “원·하도급 할 것 없이 저가덤핑은 반드시 품질 문제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우리 건설업계가 한마음한뜻으로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사항이 바로 덤핑 자제다”라며 “정부와 사정기관의 칼날이 담합업체 쪽에 집중되지만 실제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시급히 수술해야 할 쪽은 저가덤핑 업체들”이라고 지적했다.

　마우나리조트를 포함한 각종 사고 때마다 단골 원인으로 지목되는 자격증·등록증 불법대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업계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다.

　건협 시도회의 한 관계자는 “무자격기술자나 무자격건설사의 시공은 안전사고 위험과 직결돼 숱한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불법대여 행위가 적발돼도 벌금형이 고작이다. 건당 수백만원의 불법이익을 거두는 반면 너무 가벼운 처분구조를 뜯어고쳐야 불법대여 문제를 근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건설경제 / 기사입력 2014-04-25 08:00:03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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