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유입된 빗물에 휩쓸려
“자, 참 좀 먹고들 하세요.”
“마침 출출한데 잘됐네. 다들 먹고 마무리 작업하자고.”
2012년 5월 대구시에 위치한 산업단지 우수 박스시설물 정비공사현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9명이 지하우수 박스 내부에서 벽체, 바닥, 슬라브 등 단면보수 작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후 3시 40 분경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자 작업자 1명이 우수 박스 밖으로 나가서 음료와 빵을 사와 우수 박스 내부에서 나눠먹었다. 오후 4시경 근로자 6명은 우수 박스 내부에 방치된 작업전선, 각종 장비 및 자재를 정리하는 등 철수 준비를 하고, 박씨 등 3명은 우수 박스 단면보수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다.
“어, 밖에 비가 내리나?”
“이런, 조명이 꺼졌어요. 물이 점점 차오르는데 빨리 피해야겠어요.”
“모두 빨리 밖으로 피해!”
오후 4시 20분경 갑자기 내린 국지성 호우로 빗물이 우수 박스 내부로 유입되면서 우수 박스 벽에 설치된 가설조명이 꺼지고 발목부위에서부터 빗물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철수 준비를 하던 근로자 6명과 마무리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은 재빨리 대피했으나, 박씨와 이씨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다음날 오전 6시경 사고지점에서 약 3 km 떨어진 하천부근에서 박씨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씨의 시신은 그 다음날 오후 2시경 약 5 km 떨어진 낙동강 합류 지점에서 잠수부에 의해 시신이 발견됐다.

감시인 배치하지 않아 대피 늦어
사고현장은 경사진 곳에 있고 인근 주변에는 공장건물이 밀집되어 있어 우천 시 빗물유입이 많은 장소였다. 사고 당일이 지역에는 30여 분 동안 우박이 섞인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해 당시 작업자들은 감시인을 배치하지 않아 지하우수 박스밖에 비가 오고 있는 상황을 모른 채 내부에서 작업을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빗물이 지하우수 박스 내부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박씨와 이씨가 빗물에 휩쓸려 사망하고 만 것이다.

<관련규정>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384조(작업중지)
사업주는 비, 눈, 그 밖의 기상상태의 불안정으로 날씨가 몹시 나쁜 경우에는해체작업을 중지시켜야 한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제639조(감시인의 배치 등)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상시 작업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지정하여 밀폐공간 외부에 배치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감시인은 밀폐공간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이상이 있을경우에 구조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한 후 이를 즉시 관리감독자에게 알려야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안전조치)
③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작업중지 등)
①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야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벌칙) 제1호
제23조 제3항 또는 제26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벌칙)
제23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