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산업재해는 언제나 심각한 상황이었다.

   2001년 이후 건설업 재해율은 2004년 최고치(0.95%)를 기록한 후 2007년부터 현재까지 0.65~0.70%대를 보이고 있다.  사망자수는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재해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작년 한 해동안 발생한 건설업 재해자는 2만2504명이었다. 이 중 사망자가 611명으로 2009년에 비해 재해자 1506명, 사망자 5명이 늘었다. 정부가 건설재해 집중관리를 선포했음에도 오히려 재해자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5월 현재까지 건설업 재해자는 총 758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250명으로 13.6%나 증가했다. 올해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 “건설근로자 600명 사망, 국가적 재난 아닌가?”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정부와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 신영철 국책감시단장은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한다.

 “작년 말 카이스트(KAIST) 대학원생 4명이 자살했을 때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우리나라 교육경쟁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도 제기됐다. 그런데 건설근로자는 매년 600~700명 가까이 사망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 건설근로자 600명이 카이스트생 4명 보다 못한가?”

　정부도 이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측은 매년 늘어나는 건설근로자의 사망사고 증가를 매우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소규모 건설현장 재해감소’ 대책마련에 집중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재해자 수의 97%가 120억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까지 발생한 건설재해현황만 살펴봐도 91.3%의 재해자가 12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 중 71%가 20억원 미만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재해관리 대책마련 없이 건설재해율 감소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 소규모 현장관리 “대책은 없나?”

   정부는 고민 중이다. 소규모 현장 재해는 원인이 산재해있어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제를 짚어보면 원인은 사업주와 근로자, 정부 모두에게 있다.

　우선 소규모 건설현장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축공사의 경우 설계부터 준공까지 건축사나 설계사무소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건축사들은 안전관리에 무관심하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안전모만 지급하면 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짧은 공기와 적은 공사비 등의 문제로 작업발판 등을 잘 설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발주단계에서도 가시설은 설계도 하지 않고, 저가낙찰에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어서 안전관리에 투자를 꺼린다는 것이다.

　근로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1군 업체에서 일할 때만 해도 안전수칙을 잘 준수하던 근로자가 소규모 현장으로만 가면 안전수칙과 보호구 착용 등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심지어 작업 중에 담배를 피우거나 안전모마저 옆에 벗어놓고 일을 한다.

　여기에 정부 관리 예산 부족문제까지 겹쳤다.

　작년 산재보험기금 예산 2850억원 중 건설업 사업예산은 2.5% 내외에 그쳤다. 제조업의 클린사업장 조성에 650억원, 산재예방시설자금 융자에 990억원을 지원한 정부가 건설업에는 18.3억원으로 경상경비 지원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소규모 현장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함에도 공사기간이 단기간이어서 시설개선 비용지원도 어렵고,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아 다음해에 예산을 투입하려 해도 기획재정부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 선진국은 소규모 현장 어떻게 관리하나?

　현재 소규모 건설현장 재해관리 대책을 마련한 국가는 선진 5개국 외 1개의 국제기구다.

우선 미국에는 1996년부터 OSHA(중소기업지원국)가 운영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OSHA는 건설업에 대한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고, 주정부 전문요원이 소규모 건설현장에 안전보건시스템 개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벌금이나 소환등의 규제는 없으며, 서비스를 이용한 회사명, 사업자 정보 및 불안전한 작업 조건에 대해서도 비밀이 보장되고 OSHA의 감독관에게도 보고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이같은 익명성 보장으로 올해 1분기까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건설현장은 1641개소로 이 중 근로자가 1~25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장이 56%에 달했다.

　영국은 HSE를 두고 소규모 건설현장 재해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소규모 건축업장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 근로자에 안전한 조건에서 공사가 완공되도록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발주자가 시공자와 함께 법적 의무를 갖고 현장 사고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HSE가 요구하는 소규모 건설현장 안전 가시설 설치기준은 복잡한데 사다리만 해도 사다리 기울기(4대1), 연장길이, 고정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하도록 한다.

　독일은 특이하게 건설업 재해보험조합인 BG BAU가 소규모 건설현장을 관리하도록 한다. 총 9개의 BG로 구성된 조합에는 건설업 BG가 있는데 총 434명의 기술감독관 산하에 지역별 산업안전감독관이 있어 이들이 하루에 1~5개 현장, 현장별로 월 1회 정도 방문하도록 해 한 감독관이 평균 100개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위험상황을 적발했을 때 벌금이나 작업중지 명령 등 엄격하게 법집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외 일본이 JCOSHA, 프랑스가 OPPBTP, 국제노동기구의 WISE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우리나라 소규모 건설현장은 현재로서는 엄격하게 법집행을 하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사례가 가장 현실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사례를 바탕으로 건설재해예방 기금을 좀 더 확대해 소규모 건설현장 안전관리 업무를 민간에 이양해 유연하고 폭넓게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건설경제